채널권을 주장하는 미코토 따위는 내버려둔다. 채널을 차례차례 바꾸다 보니 시계 뉴스 아나운서로 취급되는 할아버지나 모 나라 대통령으로서 전쟁의 올바름을 연설하는 갈색 머리의 새까만 화장을 한 여고생들이 비치고 있다. 가장 기묘한 것은 야외에서 뉴스 중계를 하고 있는 방송인데 어쨌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었다.아주 조금 아쉽다는 듯이,그 결과 세상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게 될지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발.하지만 저도 모르게 고함을 치려고 했을 때 문득 카미조의 시야에 이상한 것이 비쳤다. 바닥에 놓여 있는 둥근 테이블 그늘에 숨듯이 누군가가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 있다.하지만 토우야는 하나도 잘못한 것이 없다.아마 칸자키가 오랫동안 목욕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카미조가 탈의실에 억지로 들어간다 해도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탈의실 너머에 목욕탕으로 이어지는 문이 한 장 더 가로막고 있었을 테니까.신의 힘의 앞머리가 흔들린다. 그 안쪽에 있는 유리 같은 눈동자가 칸자키의 약점을 찾듯이 크게 꿈틀거렸다. 마치 무슨 실험을 하듯이, 등의 물날개 하나를 휘두른다.그래도 이제 가능성은 그것밖에 없었다..그누스입니다.이번엔 누구냐! 하고 생각하며 돌아보니 감색 수영복 바지 위에 앞치마를 걸치고 햇볕에 타서, 참으로 순박해 보이는 미사카 미코토가 서 있었다.얼어붙은 머리는 한동안 천천히 얼음을 녹이듯이 시간을 두어 다시 생각을 시작한다.그러나 이 정도로 끝난다면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나이로 따지면 열세 살의 소녀. 완만하게 곱슬거리는 긴 금발에 달빛을 반사하는 듯한 하얀 피부. 귀여운 용모의 소녀였지만 몸에 걸치고 있는 것은 좀 이상했다. 본래 같으면 수도복 밑에 입는 이너 슈트 위에 외투를 걸쳤을 뿐. 이너 슈트라고 해도 거의 원피스 형태의 속옷 같은 것으로 가냘픈 몸선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게다가 여기저기에 검은 벨트나 금속장식이 달려 있어서 구속복으로도 쓸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 같다. 뿐만 아니라 굵은 목걸이에서 뻗어 있는 고삐, 허리의 벨트에는 금속
츠치미카도는 흥미로운 듯하면서도 잔혹한 웃음을 띠고 토우야를 본다.대답은 없다.망연해지는 카미조에게 츠치미카도는 천천히 말한다.거짓말이지? 스테일이나 아우레올루스는 90식 전차를 상대로도 정면에서 웃는 얼굴로 격파할 놈들이라고. 그런 전투광에 파괴마가 초보일 리 없잖아.카미조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착란을 일으키고 절규하는 남자를 본다. 그가 범죄자라는 것은 알겠다. 그리고 입고 있는 옷으로 보아 탈옥한 히노 진사쿠인 것 같다는 사실도 왠지 모르게 알겠다.카미조는 문득 이 상황에 위화감을 느꼈다..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말귀를 못 알아듣는 어린아이를 타이르듯이,그리고 카미조는 그것을 칸자키에게 떠올리게 하고 말았다. 자신이 불행한 것은 당연하다고,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웃어버려서.대화가 잠깐 끊어졌다.일신교의 천사에게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겠지만, 다신교인 일본 신도에는 신에 대한 교섭술즉 대(對) 신격용 술식까지 존재하는 겁니다. 폭주하여 산 제물로 소녀를 요구하고 해를 끼치는 사악한 신들을 토츠카미노 츠루기(아무런 특징도 없는 칼)로 죽이는 신화 같은 건 얼마든지 존재하는 거죠. 일본 신도의 금기 중에는 신에게 상처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있지만, 글쎄요, 대체 어째서 이런 규칙을 만들 필요가 있었던 걸까요?전기는 바깥에 있는 기동대에 의해 차단된 것 같았다. 아직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 하순의 뜨거운 날씨 속에서 에어컨도 없이 모든 창문을 닫은 건물 안은 비닐하우스 같은 열기를 품고 있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이 열기 때문에 상처가 썩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조차 줄 만큼 실내의 온도는 기분 나쁘게 높았다.그만둬, 카미양. 다칠 뿐이라고.게다가 그것도 거짓말. 사실은 영국 청교도나 학원도시 외에도 여러 기관과 조직에서 의뢰를 받고 있으니까, 이중 스파이 정도가 아니라 다중 스파이랍니다.아, 잠깐. 페이드 인 아침 보고 싶었는데.카미조는 부른다.어째서 그런 것도 모르냐는 얼굴로 방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며,(가스야, 냄새의 원